[사설] 지방분권시대 역행하는 경기지사 후보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6일 전국 광역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 "새 정부는 본격적인 지방중심시대를 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협업을 이룰 수 있도록 시도지사와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누겠다"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이 지방중심시대를 사실상 공언한 셈이다. 지방분권은 대한민국의 화두다. 전국 17개 시·도가 각자의 사정이 다른데,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통제를 받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경기도는 산업과 인구가 집중돼 있다. 북한과의 접경지이기도 하고, 서해안도 펼쳐져 있다. 현실과 특성에 맞는 전략으로 각자 지역에 맞는 정책을 펴는 게 맞다. 지방분권을 강조한 윤석열 당선인의 경기도 파트너가 될 차기 경기도지사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유력 후보들의 출발 모습은 당선인의 뜻은 물론 경기도민의 마음과도 같지 않다. 윤 당선인이 지방분권을 강조한 날,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은혜 의원은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선다면서 경기도를 패싱하고 서울 국회에서만 출마선언을 했다.
경기도의 미래를 열겠다는 구상을 서울에서 발표한 셈이다. 게다가 김 의원은 성남 분당에 지역구를 뒀다. 경기도 국회의원임과 동시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서겠다는 선언을, 경기도민이 아닌 서울시민 앞에서 했다. 지난달 31일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도 경북·대구에서 출발해 경기도를 패싱하고 서울에서 경기도지사 도전을 선언해 빈축을 샀다. 대개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은 경기도 수부 도시인 수원과 정치의 요람인 국회에서 두 차례 나눠 진행하는 게 정석이다. 같은 당에서 이미 출마 선언한 함진규·심재철 전 의원 등도 국회와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의회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역대 경기도지사들은 모두 경기도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전 도지사는 국회 소통관과 경기도의회에서 순차적으로 출마를 선언하고, 당시 상대 후보였던 남경필 전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수원 지동시장을 출마 선언 장소로 택했다. 김은혜 의원·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출마를 고민했을지언정, 경기도에 대한 고민은 없었던 것 같다. 지역에 대한 애정은 둘째 치더라도 대통령 당선인도 이야기 하는 '분권'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중앙집권적 사고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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