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김동연 공천 움직임에
여야 예비후보·정치권 우려감

염태영 “현장을 아는 사람 필요”
안민석 “당원들이 볼 때 이방인”
함진규 “욕심만으로 올 수 없어”
심재철 “연고 없는 낙하산 불가”
▲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70일 앞둔 23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자 등록 접수처에서 직원들이 관련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또다시 대선 디딤돌이냐'

70일 앞으로 다가온 경기지사 선거를 앞두고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역대 경기지사 선거가 대선 디딤돌로 전락했다는 오명에 대해 지역 연고를 안고 출마한 여야 후보 모두 '거물 낙하산' 출마설에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지역인 경기도 탈환을 위해 대선 예비 후보로 출마했던 유승민 전 국회의원 출마에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유 전 의원에 맞설 인물로 이재명 전 후보와 단일화했던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의 출마 여부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여야 후보 모두 '경기도 연관성'과 '대선 시험장' 등을 내세워 유 전 의원과 김 대표의 출마설에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경기지사 출마 선언을 한 염태영 전 수원시장은 지난 22일 청년정책간담회에서 “현장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기에 현장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현장의 인식을 갖고 현장에 맞게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고 했다.

염 전 시장은 지난 21일 도의회에서 출마 선언을 할 당시에도 “민생과 동떨어진 여의도 정치로는 경기도를 보듬을 수 없다. 민생현장 경험과 실적으로 검증된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염 전 시장이 지속해서 '현장'을 강조하는 데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의 출마에 대해 견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 안민석 국회의원도 '경기도와의 연고'를 내세우며 김 대표에 대한 견제를 이어갔다. 안 의원은 2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경기도를 모른다. 민주당 당원들이 볼 때 (김 대표는) 이방인”이라며 “경기도를 잘 아는 사람이 경기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비슷한 양상이다. 이미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 후보들은 유승민 전 국회의원을 향해 '대선 욕망'을 거론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지난 15일 경기지사 출사표를 던진 함진규 전 의원은 “철새처럼 욕심만으로 오면 도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대선 욕망으로 도지사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은 “경기도에 전혀 연고도 없는 인사를 내리꽂는 공천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지역 현안을 고민해 본 참일꾼이 누군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처럼 여야 모두 '경기도와의 연고', '대선 욕망'을 들고 지적하는 배경엔 역대 경기지사들이 경기지사직을 대권 발판으로 삼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재명·남경필·김문수·손학규·이인제 등 역대 경기지사 모두 대권에 도전해 낙마했다. 특히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제외하고 이재명·남경필·손학규·이인제 전 경기지사 모두 경기지사를 한 번 지낸 후 바로 대선에 도전했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선 경기도가 대선 디딤돌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경기도가 인구도 많고 지리적 특성상 요충지인 점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이 경기지사를 거쳐 대선 후보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역대 경기지사들이 대선을 염두에 둬서 일시적으로 눈길을 끄는 정책에만 골몰하다 보니 뭐 하나 제대로 정착된 경기도만의 정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정치인에게 화려한 이력만 갖게 해줄 뿐인데 그 피해는 경기도민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